[창립 대담] 공정관광포럼의 탄생, 그 의의와 미래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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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0월 26일, 대전에서의 공정관광포럼 행사를 진행했던 주최자를 시작으로 연구에 매진했던 연구자, 그 외 실제로 공정관광에 참여했던 뜻있는 사람들이 웨비나 환경 아래에 모여 포럼의 의의와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각각 공정관광이 항상 <중심지>가 아닌 <변방>에서 기획·확산되는 이유, 그리고 법제화를 바탕으로 자리를 잡는 공정관광의 성과와 한계 및 향후 방향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지역 주민의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여행을 위하여

 

고두환 : 공정관광·공정여행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먼저 시작되며, 그 국가 내의 지역으로 따져 보아도 도심지보다 외곽에서 먼저 기획되어 중앙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정법모 교수님은 필리핀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이러한 사례를 많이 접하셨으니, 포럼이 생기게 된 의의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시기 바란다.

 

정법모 : 공정여행을 잘 알지는 못하나,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현지 주민들이 여행 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쪽 방향만 계속 생각하면 반대편에 대해서는 모를 수밖에 없다. 설령 그것이 좋은 취지라도 그렇다. 필리핀의 빈민지역인 바세코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왔다 갔는데, 현지에서 이를 탐탁잖게 여기고 ‘왜 찾아오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들을 들었다.

 그런데 이 얘기가 화두로 던져지는 일은 별로 없다. 그리고 미얀마의 지역기반관광(CBT)프로그램에서도, 정부에서 이장 같은 사람에게 명령하고 조직화시켜서 악기를 연주하고 달구지 투어를 시키는 등의 역할을 주는거 같다. 이런 걸 즐기는 우리야 좋은데 저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는 건지가 마음에 걸렸다.

 제일 심했던 게 태국 소수민족인 파다웅족(카렌족)을 보러 갔을 때였다. 인류학 교과서에서만 나오던 사람들을 직접 보러 간 거였는데, 살아있는 사람을 동물원 동물 관찰하듯 구경하러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양쪽 모두에게 좋은 관광이란 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이후 공정여행이란 게 생기고, 한국의 여러 지역에서 그러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정석윤 : 공정여행은 그동안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여행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가 주된 논의였는데, 이번 포럼은 관광진흥법에<지속가능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근거법령의 제도적 도입이 되었고, 대덕구를 비롯하여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이나 주민들의 입장에서 공정여행과 생태여행 관점이 추가된 것이다.

 그동안은 여행산업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많이 오게 하느냐'였는데, 이제부터는 <지속 가능한 여행>이 되어야 하고, 지역 주민의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여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첫 출발이 되었다, 이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것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새로운 발걸음이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도 의의가 있다. 대덕구가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공정관광조례를 제정하고 이번 포럼도 조직한 것, 중앙을 벗어나 지방에서 추진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두리에서 전국으로

 

고두환 : 이제 두 분이 말씀하신 내용을 종합하여 조금 더 세부적인 질문을 드리려 한다. 먼저 정법모 교수님에게, 우리가 아는 보통의 <공정무역>이나 다른 대안운동의 경우, 윤리적이라 불리거나 경제적 선진국 시민사회가 선도하여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공정여행>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지역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른 운동과 다르게 공정여행은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시는지?

 

정법모 : 고대표님과 함께 자주 갔던 이푸가오 지역이나 바나우에 바타드 등의 경우, 제가 처음에 갔던 게 정확히 20년 전이었을 것이다. 항상 관광을 가보면 '여기는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 '나 말고 손을 안탔으면 좋겠다' 같은 심리가 생기는데, 지금 가봐도 상업화되거나 손을 별로 타지는 않았을 거 같다.

 몇 년 전에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지방에 갔을 때 이야기인데, 3~4시간 정도 산길 하이킹을 해서 겨우 그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을에 총 7가구가 있었는데, 3~4층짜리 집 하나에 그 가구들이 다 들어가 살고 있었다. 공정여행네트워크로 유명한 현지인 제드가 관여했던 지역 같은데, 전부 다 사람이 가기 어려운 지역이고 상업관광 개발도 안되는 지역이다.

 이런 곳은 향후 아예 잊혀질 수도 있지만, 사람이 오히려 왔다갔다 하는 게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사람을 통해 외부와 소통할 수도 있고, 번잡한 지역과 적당히 이격되어 있어 보존 효과도 있을 것이다.

 

 

[사진1(좌)] 필리핀 이푸가오 마을의 계단식 논
[사진2(우)] 바나우에 현지 어린이들의 율동



 

 그런데 누군가가 그런 곳에 공정여행을 잘 구축해 놓으면, 대형여행사가 와서 또 개발할 수도 있다. 시민사회의 역할이란 게, 그러한 상황이 왔을 때 자리를 마련해주는 거라면 그것대로 의의가 있을 수 있다. 생태관광이나 공정관광, 지역기반관광은 그 태생의 특성상 작은 지역에서부터 점조직 단위로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본다. 결국 지역 사람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게 장점이자 본질이지 않을까?

 

고두환 : 하나만 더 질문드리자. 예를 들어 영국만 하더라도, 런던 북부의 첼시나 맨체스터처럼 산업이 쇠락하면서 공동화되었다는 오래된 이슈의 지역들이 있는데, 자국 내의 그러한 곳이 아니라 왜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지역에서 공정관광이 먼저 부각되었다고 생각하는지? 가령 비틀즈는 낙후된 공업지역에서 탄생하고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도시재생의 사례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공정여행은 유독 자국 내에서 좋은 모델이 탄생하지 않고, 외곽이나 변방으로 갔을 때에나 탄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인류학 전공자의 관점을 여쭙고 싶다.

 

정법모 : 낯선 곳에서 자기를 만난 것일지도 모은다(웃음). 공정무역도 그렇고 자국에서도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인데, 다른 데를 가고...발리 같은 곳에 가는 공정여행 등을 했던 사람들의 선택의 이유가 궁금한 건데, 약간의 자기만족이나 '이런건 보존되어야 한다'와 같은, 자기 나름의 타자화를 했을 수도 있다. 내가 재적한 사회가 아닌 여기가 잘 보존되어야겠다는 심리가 있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든지 오래된 미래라든지, 이런 걸 만들어내는 사람들한테는 어쨌든 그 안에 뭔가 지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지금 있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상업적 질서의 타파가 어려우니, 이런 소규모 사회에서 뭔가를 해보려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정석윤 : 이런 생각이 좀 든다. 오히려 여행산업이 발전되지 않은 낙후된 지역이, 여행자를 받을 때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여행자들이 그동안 없던 곳에 여행자가 들어가면서 지역 주민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그곳의 생태에도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그 지역에 대한 관광 자체가 단절될 수 있으니 오히려 필요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대도시라면 그 영향에 둔할 수 있으나, 낙후된 곳이라면 외부 여행객으로 인한 파급영향 우려가 더 크므로, 공정관광이나 생태관광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지는 거 같다.

 

고두환 : 정변호사님에게 하나 더 질문을 드리고 싶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서울이나 제주, 부산 같은 곳에서 시작되지 않고 대전 중에서도 최고의 변두리인 대덕에서 공정관광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부탁드린다.

 

정석윤 : 서울이나 부산, 제주 같은 경우 워낙 여행업계가 공고화된 상태여서, 거기에다 지속가능성을 더해 무언가 해보기에는 쉽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대덕구는 그동안 여행산업이나 관광산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기 때문에, 그런 곳에 여행객들이 찾아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이나 생태계 등에 더욱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정관광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어쨌든 지금의 공정관광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라면, 서울 같은 곳보다는 대덕구 같은 곳이 정책적 지원의 효과가 더욱 크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대덕같은 지방에서 새롭게 포럼을 시작하는 것은 중앙에서 시작했던 것보다 반향이 클 수 있고, 다른 지역의 동참을 유도하는 효과도 더 크다고 본다.

 

'관광진흥법 48조 3항'의 실질유효를 위하여

 

고두환 : 두 분의 말씀을 듣고 느끼는 건데, 최근 포럼이 시작되고 타지역에서 요청들이 생기고 있다. 부산 동래구가 대덕구를 벤치마킹하여, 조례를 만들어 기본용역을 계획하고, 포럼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어제 양구에 서는 군수랑 주민들을 보고 왔는데, 양구도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잭에 대한 자문요청 같은 게 계속 많아지는데, 말씀하신 사안들을 고려하며 잘 활동해 봐야겠다.

 다음으로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관광진흥법 48조 3항의 이야기인데, 이거 자체가 처음 제정될 당시 업계나 문광부에서 논란들이 좀 있었다고 한다. 기존 관광진흥법에서 담고 있던 내용들이 아니고, 부처간 협업이 필수이며, 전지구적 내재문제를 관광산업에서 일정부분 해결해야 하는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이 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우리나라에서 관광업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은데, 이 법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그리고 법의 내용 중 사문화된 문장이나 조항들이 매우 많았다. 이렇게 안 되려면 어떡해야 하겠는가? 정석윤 변호사님부터 부탁드린다.

 

정석윤 : 어떤 측면에서 보면 관광진흥법은 공정관광과 생태관광의, 여행자와 주민의 관계를 직접 규정하기보다, 여행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게 간접적으로 공정관광·생태관광 활성화에 관련있고 도움이 되기는 했으나......48조 3항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법정화하고 그거에 따른 지원금을 구원화했다.

 그 외에도 지역 주민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조치할 수 있도록 규정이 추가되어 있다. 서울 서촌한옥마을이나 부산 감천동 등, 관광으로 인해 발생하는 그 곳 거주자 분들의 삶의 평온을 해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제한을 걸려면 법률에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입법이 된 것 자체가 사람들이 ‘여행이란 무엇인가’ 현지인과 어떤 사이가 되어야 하느냐‘를 다시 생각게 해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런 것을 둠으로서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여행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정책적 고민을 해보게 하고, 이를 실제 구현해볼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된 것이다. 그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본다.  

 

[사진3(좌), 4(우)] 2020년 태국 나꽈우끼우 지역 생태영농법인
학그린(Hug Green)의 현지 활동 모습

 

고두환 : 예전 필리핀 취재 당시 소수민족 관계법에서 이거랑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거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지에 있는 사람을 약자로 보고 있고, 실제로 이들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아까 정변호사님 말씀처럼 이런 조항이나 구문이 담기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데, 정교수님은 이 내용 보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역개발 관점에서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정법모 : 아마 이런 게 지속가능한 관광이다, 지역기반 관광이다, 공정관광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법제화되면, 그게 내용이 좋고 그 규정이 잘 되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에서 이러한 지속가능관광이나 생태관광 등 이런걸 규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약간 그 느낌이 다를 것이다. 라오스나 베트남이 하게 된다면 정부가 다 역할을 정해줄 거 같은데, 그렇게 중앙이 나서서 주민들의 역할을 정하고 내세워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그게 과연 제대로 된 지역기반 관광의 성공일까? 의문스럽다. 미얀마에서 몇 개 지역을 돌아보았을 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정작 그 전보다는, 관광 자체를 지역사회 개발이라 했을 경우 뭔가 민주적이고 상방지향적일 거라는 생각을 전제하지 않느냐.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이 수혜를 받을 사람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프로그램 이행에 있어 건강한 의사결정기구가 마을 안에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기존의 조직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아예 아무것도 없는 베이스에서 건강한 사람들의 조직이 만들어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고두환 : 저는 이러한 관점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동남아 중에서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도 우리보다 지방분권 수준이 더 높은 나라가 있다. 필리핀도 그러하다. 일본도 공정관광이 폭넓게 발달되어 있는데, 우리의 전반적 수준이나 이슈를 보면, 공정관광 조례를 정하게 된 이슈의 근간에는 이런 게 있어 보인다.

 서울연구원에서 2015년에 연구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도 관광세를 걷어야 한다는 내용을 내세우고 있다. 부가세를 걷어서 지방정부에 교부하는 게 종래의 시스템인데, 이제 그게 아니라 체류세/레저세 명목으로 관광세를 매기자는 거다. 지방세와 관련된 얘기들이 계속 논의되고 있고, 제주도도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관광업에 열심이고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종래의 부가세 교부 조세구조 때문에, 도 총무과에서 나서서 쓰레기를 처리할 수도 없었다. 원회룡 지사가 환경보조세를 설정해 걷으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후보가 관광세를 지방세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내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방에서 이게 먼저 시작되는 것은 관광 수입이나 편입 자체부터 지역 자력 징수나 수혜가 불가능했으며, 의외로 선진국 중에서도 이렇게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 나라들이 꽤 있어, 상대적으로 구조가 괜찮은 지역이나 나라들에서 먼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석윤 : 여행과 관광산업으로 인하여 서울시나 제주 거주민들에게 영향이 가고 문제가 발생한다는 내용 같다. 그동안에는 그나마 시나 도 안에서 처리가 가능한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야기고, 그렇다면 그 처리비용을 누구에게 지우는 게 맞느냐, 이런 관점에서, 수익자부담원칙이라 하여 그 문제를 발생시킨 사업자나 여행자 등에게 부과하여, 그 재원을 활용해 관광에 기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취지인 거 같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부탄의 경우 해외에서 입국하는 관광객들에게 그런 부담을 지우고, 그 비용을 국민 복지에 사용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그 내용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포럼 진행 중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부탄에서 발제하신 분의 말씀으로는 ’관광은 당연히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이 가야 하고, 해가 되어서는 아니되며, 생태는 당연히 보존되어야 한다‘라는 것이 전제된 거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이나 제주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것도, 여행을 보는 관점이 지역 주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기반으로 이런 정책들이 검토되는 거 같다.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도 마련되었다.

 

고두환 : 충남 보령의 장고도가 가구당 1300만원씩 관광수익을 배당한 사례도 참고할 수 있겠다. 사실 동남아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국가에서 관광수입을 갖고 총괄적 형태의 종량적 징수를 하고 이것으로 기본소득을 주자고 실험한 게 있는데, 된 곳도 있고 안된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논의들이 있고, 제주도의 논의들도 이런 곳으로 이어지는 경향성이 있다. 이런 것들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변방에서 공정관광 얘기 나오는 것도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법모 : 현재 진행되는 세금이나 이런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공정여행이나 이런 게 나왔을 때는 ’관광에 의한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의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항상 여행상품을 만드는 사업자에게만 수익이 돌아갔지 지역에게는 안 돌아갔던 모양이다. 최근까지의 관광은 사람들이 어느 지역에 가게 되었을 때, 거기 가기 전까지의 심리적 부담과 절차 등등에 대한 댓가로 사업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커졌다.

 그러나 점점 더 접근권이 강해진다면, 실제로 여행행위가 진행되는 지역에 수익이 더 많이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쪽에 주도권이 돌아가면 많은 것이 해결될 수 있고. 사람들도 그 지역에 가게 되면 자기가 간 곳에 뭔가 환원되는 게 있어야 된다,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도 그 관념들이 안 바뀐거 같다.

 최근의 캠핑카 논쟁에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내 차 끌고 가서 캠핑하는데 왜 현지에 환경부담세를 내야 하냐, 라고. 관념이 변하면 이런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세금이나 환원 방식 등이 지역 차원에서 계속 이야기가 되면 결국 사람들의 관념도 바뀌고, 그것이 공정관광에서 가장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

 

[사진5(좌), 사진6(우)] 페어트래블저팬이 일본 히로시마현 진세키고겐에서 운영하는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 (思惟の森, 사유의 숲)의 모습

 

대외전략과 대내전략이 모두 필요하다

 

권선필 : 지금까지 이야기 나온 것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해 보고 싶다. 일단 마지막에 이야기되었던 ’주체‘의 등장이 포인트인 거 같다. 해외에서 공정관광이 생긴 것도 마찬가지다. 식민지 시대의 경우 여행을 가는 주체는 항상 지배지의 사람들이었지, 식민지 사람들은 여행의 대상이 될 뿐 주체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식민지 시대가 끝나면서 변방이었던 구 식민지에서부터 주체가 등장하고, 결국은 주종의 관계에서 탈피하여 세력상 동등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게 공정관광의 핵심이다.

 어쨌든 주체의 개념이 있으면 변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주체에 대항하는 의미인 거 같다. 우리나라도 똑같이 공정관광의 경우에도 지자체, 또는 지자체보다 더 밑으로 내려가 관광을 실제 수행하는 주체들 입장에서 보면 중앙정부나 서울의 기업에서 모든 걸 주관하고 만들어 돌리니, 나머지는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주체가 되겠다고 나서니 두 가지 선택지가 등장한다. 관광 오지 말라고 다 끊어버리거나(실제로 그럴 수는 없지만) 공정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새로운 주체의 등장이 지역과 국가를 불문하고 나타났으며, 환언하자면 지역이나 변방의 주체들이 스스로 얼마나 자각하고, 우리가 현재 얼마나 피해를 입고 있으며 재구성할 수 있느냐, 그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공정관광 실질 수행이 가능하다.

 법을 바꾸는 것은 여전히 중앙의존형 구조다. 부탄이 그랬듯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면서 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전략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으며 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여전히 우리가 큰 집단에 비해 취약한데 이를 어떻게 공정한 구조로 바꿔갈 수 있는가는, 어떻게 보면 운동적 관점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대외적 관점에서만 이야기했는데, 지역 안에서는 지역민을 이끌어내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이 둘을 함께 풀어낼 수 있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해독하는 것이 공정과정 수행의 과정인 거 같다. 둘 중 하나의 측면만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은데, 이래서는 충분히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상대에 따라 우리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며, 그 역할은 각 계층들마다 제각각 다른 형태로 할당되고, 양쪽의 관점을 다 반영할 수 있는 분들이 모여 균형을 잡아 협의하고 수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이야기도 대외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이야기하는 내용이 또 있어야 하고, 장소상황에 따라 이들을 구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그 장소를 어떻게 만들고 장소마다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솓 네트워크 활성화에 필요하다. 다양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눠보고 대외적/대내적 전략 등등의 틀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결론

 

고두환 : 각자가 생각하는 공정관광의 이상상을 하나씩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1년간 포럼을 시범운영하는데 그때 다루어야 하는 것, 중점을 두어야 할 것 등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린다.

 

정법모 : 상품 내용이 똑같을 수도 있다. 동네에 가서 하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이 다 똑같을 수도 있는데, 누가 그걸 만들고 누가 설명하며, 수입이 현지인들에게 어떻게 얼마나 전달되느냐에 따라 실제적으로 달라질 거라고 본다. 원칙론, 또는 이상론이지만 결국 그 사람들에게 폐가 안가고, 여행자가 갖고오는 돈이 주가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관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럼의 방향성에 대해 말하자면, 대적해야 할 대상은 분명한데 해결책은 다방면이라 항상 어렵게 느껴진다. 결국 지역에 기반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여러 스토리를 생산하는 게 제일 중요할 거 같다. 여러 스토리를 모으고 조금씩 종합하여 그나마 공통적인 것을 만들어 타인에게 전파하는 것을 포럼 차원에서 진행하고, 그게 기록을 남길 바란다.

 

정석윤 : 정법모 교수님 말씀하고 이어지는데, 결국 공정관광/생태관광은 여행의 새로운 방식이다. 여행의 새로운 방식은 공급하는 지역주민뿐 아니라 여행자들도 여행방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포럼은 여행을 공급하는 지역주민의 삶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지자체들이 참가하고 있으나, 여행하는 사람들 또한 그 지역의 주민이기도 하므로, 그 지역 주민들에 대한 여행의 관점을 새롭게 확산시키는 인식의 전환/문화전환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코로나를 겪으며 여행을 잠시 멈추고, 기존 여행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고민이랑 코로나가 준 생태에 대한 중요성,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 등과 덧붙여, 여행에서도 지속가능한 방법을 모색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공급하는 쪽만이 아니라 여행하는 사람 쪽에서도 여행을 다시 생각해보는 캠페인의 전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선필 : 세 가지 정도를 들어서 설명하겠다.

①공정관광은 비판적 담론이 기본이므로 현재의 여행방식에 대한 무한한 지적은 필수. 그 지적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계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가?

②대안을 명확히 제언하기 어려우므로 최선사례를 계속 소개할 필요가 있음. 작지만 유의미한 사례, 변방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례 등등으로 설득하고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다양한 형태의 협력구조가 있을 수 있다.

 마을에서만 해도 여럿이 협력해야 하고, 마을단위, 지자체단위, 관광권개념단위, 국가단위 등등, 그 스케일들에 맞는 협력구조를 만들어내 제시하는 곳이 전무하다. 지역단위 적용에 맞는 선행최선사례를 찾아내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이런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쨌든 지역기반 관광의 기본은 협력밖에 없다. 그 협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 사례, 방식 등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며. 비판적 담론과 최선사례가 있어야 굿 거버넌스 이야기를 하고 그 내용을 만들어 나아갈 수 있다.

고두환 : 공정관광은 이제 막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라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다양한 담론들이 부담없이 제기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들이 이어져야 다들 하나로 모여 여러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담 참가자 : 고두환(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대표이사)
정법모(부경대학교 글로벌지역학과 교수)
정석윤(법무법인 원 변호사,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권선필(목원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글/사진 : 이정훈(피스윈즈코리아 선임연구원)
 


[관련 자료]
「[필리핀 공정여행] 마음의 휴식, 이푸가오 공정여행」, 공감만세, 2012.
주식회사 공감만세(2020) 「[해외파트너 소식] 7월의 태국 학그린(HUG GREEN) 이야기」, 공감만세, 2020.
정다정(2017) 「천천히 그리고 함께 걷는 생태적 '발전'을 고민하다」, 발전대안 피다, 2018.
배준식(2015) 「서울시에 여행자 체류세 도입땐 세수증대에 긍정적인 효과 기대」, 서울연구원, 2015.
「가구당 1300만원 배당... 섬마을 장고도의 기막힌 기본소득」 , 오마이뉴스, 2020.9.16.
「[2021 공정관광포럼] 개회사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 공감만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