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글]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꿈꾸며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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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모 교수(부경대 국제지역학부)


 

 다큐멘터리 "타자를 보는 눈: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이방인들이 만났을 때(Framing the Other: When strangers meet in the name of Tourism)"에서는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 서로를 타자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입술에 원반 모양의 나무 디스크를 넣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무르시 부족을 방문한 네덜란드 관광객은 불쌍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긴히 보관하면서 자신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 반면 무르시 부족 사람은 매일 오는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이해 못하지만 돈이 되는 일을 위해 보통 때는 하지 않는 분장과 장식을 한다. 부자 게스트와 착취 당하는 호스트 양측의 상반된 태도와 인식 차이를 잘 보여주는 2011년 영화이다.

 


영화 "타자를 보는 눈"의 포스터


 

 나 역시 '기린 여인'으로 유명한 태국 북부의 파다웅족 마을을 방문했을 때, 문화인류학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들을 직접 봤다는 일말의 만족감 뒤에 밀려오는 씁슬한 뒷맛을 느낀 적이 있다. 결국 박제화된 인간을 구경하고 온 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관광객 앞에서 직물을 짜는 마을의 주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지불하는 돈은 마을과 주민을 위해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여행을 하는 사람과 지역주민이 모두 다 행복한 여행은 가능할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의 공정관광 포럼을 시작해 보려한다.

 

 대부분의 여행에서 이러한 질문은 던져지지 않고 답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민을 착취한다고 이야기하는 여행은 없다. 이제는 여행객이 주도적으로 일정을 짜고 홈스테이나 체험 프로그램도 많이 출시된다. 그리고 지역기반 관광, 생태관광, 공정관광을 내세우는 상품도 많이 등장했다. 여행사 이름에도 ‘좋은’, ‘착한’ 등의 이름이 붙어 어떤 여행 상품이 공정여행 상품인지 알기도 어려워 졌다. 각 지자체나 중앙정부, 그리고 여행의 호스트 국가도 새로운 관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유치하려 한다. 이제는 어떻게 공정관광을 판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관광을 실행할 것인지의 문제가 더 중요해 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덕구에서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정관광에 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전형적인 관광지가 아니고, 중앙정부도 아닌 지자체에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는 듯하다.  

 

 공정관광은 이미 그 정의 안에 형식이나 절차보다는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하고있다. 이는 공정관광이 국가가 정책으로 정해서 그 일정한 틀을 지방으로 확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많은 사례를 발굴하여 일반화하면서 확산되어야 하는 ‘유동적인’ 것임을 의미한다. 공정관광을 아무리 멋있게 정의하고 법과 조례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기존 관광을 대체하는 대안을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다. 그것을 실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럼에 참가하는 전문가들은 많은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을 강조한다. 기존 여행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성공적인 실천사례를 찾아 배워서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가버넌스를 만들어 실행할 것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포럼에서는 이렇게 이웃나라, 그리고 우리 나라 안에서의 여러 공정 관광 이야기를 모으고 담아내려 한다.

 

 보는 것,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관광을 매개로 이어지는 관광객과 지역주민간의 관계, 그들간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대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를 소망해 본다. 여행을 만들어 내는 생산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 전환과 책임의식이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야기 나눔을 통해서 여행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여행을 하는 우리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모아 확산하는 모임으로서 이 포럼이라는 장이 이용되었으면 한다.

 

글 : 정법모(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

 

[글쓴이 소개]
정법모 교수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필리핀국립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조교수로 재직중에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필리핀의 도시빈곤과 국제개발협력이며, 최근에는 개발사업이 소외계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자료]
『동남아시아 농업분야 개발협력사업 성공요인 분석 : 지역사회 개발협력 사례 중심으로』, 전제성 外와 공저, KIEP, 2020.
『인류학자들, 동남아를 말하다』, 오명석 外와 공저, 눌민, 2020.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소비문화』, 오명석 外와 공저, 진인진, 2017.
「도시빈민의 비자발적 이주와 사회자본의 복원: 필리핀 마닐라를 사례로」, 『인문사회』(21), 아시아문화학술원, 2017.
「부경대학교 2020-1학기 국제지역학입문I: 지역학」, 국가평생교육진흥원, 2020.
「"도시에 빈민이 사라져가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인터뷰] 한국 ODA로 조성된 집단이주마을에 사는 정법모씨」, 오마이뉴스, 2009.7.28.